환경감시일보, ESG 데일리 김동민 기자 |
결이 다른 두 사람, 결이 다른 정치
남궁존 / 칼럼니스트
정치는 곧 사람의 이야기다.
그 사람의 성장 배경과 삶의 궤적, 그리고 만남의 인연들이 정치의 서사를 구성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두 인물을 나란히 세워보며, 그들의 정치 철학과 태도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성찰하게 된다.
이재명과 김문수.
비슷한 시대, 비슷한 사회적 출발점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
그들의 삶은 ‘결이 다른 정치’의 전형적 사례로 엇갈려왔다.
소년공에서 변호사로, 이재명의 투지
이재명은 빈곤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공 시절을 거쳤다.
뜨거운 공장의 쇳물과 기계 소음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고, 검정고시를 통해 학업을 이어가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로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그의 시작은, 바로 이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변호사 개업 초기에 피아노를 전공한 숙명여대 출신 김혜경 씨와 결혼했다.
당시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라는 직업군은 혼인의 조건으로 특별한 지위를 상징하던 시절이었다.
결국 이재명은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고 ‘신분 상승’의 벽을 넘어섰고, 그 집념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엘리트에서 노동현장으로, 김문수의 이상
김문수 또한 가난한 농가 출신이었다.
검정고무신을 신고 서울대 경영학과 입학식에 참석했지만, 엘리트의 길 대신 그는 자발적으로 노동자의 삶을 택했다.
양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회계장부 대신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며 현장을 지켰다.
그는 전남 고흥 출신의 전자조립공 설난영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만나 연대의 삶을 선택했고, 김문수는 노동운동으로 인해 투옥되기도 했다.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이처럼 현장과 실천을 통해 구축되었다.
정신의 결, 정치의 결
이 두 인물은 모두 가난이라는 공통된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그 가난을 바라보는 관점과 맞서는 방식은 현격히 달랐다.
이재명은 제도와 법의 틀 안에서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추구했고,
김문수는 체제 바깥에서 외치며 ‘외부로부터의 변혁’을 선택했다.
그들의 배우자 또한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다.
이들의 결혼은 각자의 내면 세계와 삶의 지향을 반영하는 선택이었다.
이재명에게 김혜경은 품격과 조화의 상징이었고,
김문수에게 설난영은 연대와 투쟁의 상징이었다.
성과와 그늘, 공적의 무게
이재명은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다수의 개발 관련 사건이 법적 시비에 휘말려 있으며, 주변 인물의 구속 및 극단적 선택 등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연일 비리 의혹과 부정부패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의 도정은 공과(功過)가 분명히 나뉘고 있다.
반면 김문수는 경기도지사를 두 차례 역임하며 이재명보다 더 많은 개발을 추진했지만, 단 한 건의 법적 논란이나 부패 의혹에 연루되지 않았다.
이는 그의 도정이 비교적 투명하고 원칙적으로 운영되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결이 다른 두 사람
두 사람의 차이는 정치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삶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이며, 궁극적으로는 리더십의 본질과 국민을 향한 시선, 사회를 변화시키는 접근 방식의 차이로 드러난다.
결국 정치란,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만들어낸 서사이고 문장이다.
그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가 어떤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지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